충남 천안 두정중학교 영어 교사인 최유림(26)씨.

1급 시각장애인인 그는 일반 중학교에서 1,2학년의 21개 학급 학생 840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천성 시신경위축망막증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최유림씨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반교과 중등교사 임용시헙에 합격해 교사가 됐습니다.

당시 2차 면접 조항에는 ‘교정시력 0.3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맹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의 일반교과 교사가 될 수 없었던 것이었지요.
공주대 특수교육과 은사들은 제자의 꿈을 위해 교육청과 싸웠고,

신체검사를 담당했던 여의사는 ‘부적격’ 대신 ‘판정보류’를 내려 일단 합격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후 이 조항은 이 젊은이로 인해서 폐기됐습니다.

그가 영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책으로 공부를 해도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 더 노력을 해야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낙심하기는커녕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발달한 청각이 있어

영어 발음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보이지 않는 시각은 조금 불편한 일일뿐, 그

이상도 아니며 불가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최유림씨와 함께 지냈던 그의 룸메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험 기간 때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유림이가 점자 단말기를 이용해서

밤늦도록 공부하는 것을 자주 보곤 했다. 그때 생각했다.

‘유림이는 좋겠다.’ 우리는 빛이 없으면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읽으려는 시도를 할 수도 없지만,

어둠 속에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다니 말이다.’

앞이 안 보이지만, 생각하고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앞이 보이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선천적인 장애가 있었지만,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것에 매진했던 청년.

눈은 보이지 않아 조금 불편했지만 발달한 청각이 있어 영어발음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고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생각했던 청년.

이 시각장애인 영어 선생님은 “안 보여서 더 많이 볼 수 있었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작은 난관을 만나도, 불평하고 포기해버리는 우리에게 말입니다.

 

최유림이 사는세상 중에서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이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