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화탐방기❳

어제의 중국을 둘러보고

          내일의 중국을 점친다


계 최대의 국토와 인구를 가진 나라.

인류문명의 발상지로서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지닌 나라.

어마어마한 시장의 가능성과 놀라운 속도의 성장력으로

신흥경제국가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라

…중국…

한반도와 맞닿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웃나라 중국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상업적 국제도시 상하이,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항주, 소주를 둘러보는 4박5일의 길지 않은 일정으로 짜여졌다.


  밤의 도시 상하이

  중국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깨닫게 해주는 짧은 비행시간 끝에 도착한 상하이. 상공에서 바라본 중국의 첫인상은 ‘광활하다’는 것이었다. 둘러봐도 지평선뿐, 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기둥마다 붉은 휘장을 두른 푸동공항은 국제도시의 관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입국절차 후 바로 연결된 자기부상열차는 건 10분 만에 우리를 상하이의 중심부로 옮겨놓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야경 중 하나로 꼽히는 상하이의 야경은 상하이의 상징 동방명주탑에서 내려다보는 전망과 황푸강에서 유람선을 타거나 혹은 외탄에서 바라보는 것이 유명하다. 그 중 우리는 동방명주탑과 외탄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황푸강을 사이로 마주보며 어우러지고, 초고속 빌딩들이 중국의 미래를 예견하듯 높이 솟아오르는 상하이, 공산국가라는 인식이 무색할 만큼 화려한 네온과 조명들은 밤의 상하이를 마치 하나의 환상적인 테마파크로 만든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마치 카드색션을 하듯 모든 빌딩들이 치밀하게 계획된 빛을 쏘아내는 그 안에는 자유로이 집안에서 전등을 켜지 않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음을 생각할 때, 인민의 자유보다 당의 통제력이 더 강한 중국은 여전히 공산국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나라의 수도 쑤저우

  마르코폴로가 ‘동방의 베니스’라고 극찬했다는 2500년의 역사를 지닌 쑤저우는 강남 정원 문화의 중심이다. 면적은 우리 나라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인국가 7500만 명에 달해 우리 나라보다도 훨씬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지역으로 동쪽으로는 황해가 넓게 펼쳐져 있다. 최근 하이테크 단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해 중국 도시 가운데 가장 체계적으로 도시 개발을 이끈 도시로 평가 받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대규모 공단을 이곳에 조성했다. 도시가 처음 생긴 것은 기원전 514년으로 오왕 부차의 아버지 합려와 복수심에 불탄 오자서가 세운 도시로 오나라의 수도이다. 춘추시대의 영웅들, 손자, 오자서, 합려, 구천, 범려, 전제….그 유명한 사기의 고사들의 주인공들이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오왕 합려의 무덤이 있는 호구산에 오르는 것으로 쑤저우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영웅의 전설이 곳곳에 묻혀 있는 시금석과 검지, 그리고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 불리우는 호구탑을 둘러보고 호구산을 내려온 우리 일행은 중국 정원문화의 진수라 불리는 ‘졸정원’으로 향했다.

  면적 5,200 평방미터의 거대한 원림으로 꾸며진 졸정원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당나라 시인 육구몽의 사저였던 곳을 명대의 어사 왕헌신(王獻臣)이 별장으로 고치며 명명했다는데, 섬세한 보도블럭과 연잎으로 덮힌 거대한 연못이 인상적이었다.  졸정원을 보고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개인정원이 없는가 하는 것이었다. 태국의 농눅빌리지나 캐나다의 부차드가든 같이 외국에는 개인정원이 관광명소가 된 예가 많다. 굳이 꼽자면 추사고택이나 소쇄원 도산서원정도겠지만, 그 규모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양반가문이나 귀족들은 개인의 치부보다 청빈에 뜻을 두었다는 쪽으로 이해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해석이 아닐까 싶었다.

  다음은 바로 옆에 위치한 미궁의 정원 사자림. 중국의 귀석인 태호석으로 인공산을 만든 사자림은 졸정원보다 규모는 작지만 퍽 아기자기하고 미로를 헤매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발마사지를 끝으로 쑤저우의 일정을 마치고 항쩌우로 출발했다.


  송나라의 수도 항쩌우

  절강성의 성도 항쩌우는 중국 7대 전통 도시 중의 하나로 진시황이 도시로 발전시킨 이후 지금까지 2,2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월나라와 남송시대에는 수도의 역할도 했고, 중국 7대고도 중 하나나이다. 항쩌우에 도착한 우리는 항쩌우가 자랑하는 세계적 볼거리라는 송성가무쇼를 보았다. 항주의 역사와 전설, 영웅호걸들과 서커스, 각종 자랑거리들을 관광객의 눈길을 끌도록 각색해 놓았는데, 마지막엔 한국부채춤에 상모까지 등장하니, 고객맞춤이 아닐 수 없었다. 그곳은 송성의 거리들을 재현해 놓은 꽤 넓은 테마파크 같은 곳이었는데, 왁자지껄한 사람들과 시장풍경, 몇몇 이벤트쇼들이 마치 중국의 옛거리에 온 듯 무척 재미있었다. 썩은두부 냄새가 코를 찌르는 시장거리와 시원한 밤공기를 가르는 갖가지 조명빛이 홍등과 어우러져 잊지못할 밤을 선사해 주었다. 지자체마다 관광상품의 아이디어로 경쟁을 하고 있는 요즘의 우리나라를 생각할 때, 항쩌우의 송성가무쇼는 성공사례로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듯했다.

  다음날 아침, 서시로 유명한 서호를 유람선으로 돌며 서호 10경을 구경했다. 경치도 경치지만, 경치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시니 소동파니 이태백이니 서호10경이니 하는 것이 없다면 과연 서호가 그만큼 유명해질 수 있을 것인가. 결코 짧지 않은 역사와 훌륭한 인물을 가진 우리도 보다 많은 연구와 홍보를 통해 세계적인 인물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 관광산업의 관건이라는 생각을 하며, 영은사가 있는 비래봉으로 향했다.

  중국의 명사찰 중 하나인 영은사 앞에는  오, 송, 원에 이르는 석각조상 약 470존을 조각해 놓았는데 지금은 330여개가 남아 전해진다. 인파로 붐비는 영은사에는 현지인들의 염원이 태운 향의 연기로 자욱했다. 서둘러 사찰을 둘러보고 다음으로 손권의 자취가 있는 오산에 올라 강남4대 누각으로 꼽히는 성황각 꼭대기에서 전단강이 흐르는 항쩌우를 한눈에 관망한 후 청하방 옛거리에서 일정에 없던 알뜰쇼핑을 즐겼다. 청하방은 시간이 남아 들른 곳이었지만, 남송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시장터로서 중국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동양의 자존심 베이징

  항쩌우에서 비행기로 베이징 입성. 아침 일찍 천안문광장으로 향했다. 시민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역사적인 천안문광장에서 중국의 정치적 주요기관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국경일의 천안문광장은 인파로 가득하고, 마오쩌뚱의 대형 초상화가 내려다보는 가운데 펄럭이는 오성홍기와 군기어린 중국군인의 눈빛은 이곳이 공산국가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올림픽을 준비중인 곳곳의 모습들과 인파 속에 느껴지는 자유의 물결은 이미 천안문을 장악하고 있었다. 인파를 뚫고 .드디어 자금성에 들어섰다.  

  자금성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대 궁전의  건축물이다. 영락4년(1406년)에 건설되여  56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15명의 명나라 황제와 9명의 청나라 황제들이 일생을 보낸 곳으로 전체 면적은 72만 평방미터이며 9999.5칸의 방이 있다는데, 아직 개방된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태화전, 중화전, 교태전 등 대표적인 전각을 둘러보았는데, 아쉬운 것은 태화전이 공사중이어서 안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노른자위가 빠진 듯한 자금성을 둘러보고, 바로 앞에 있는 경산공원에 올랐다. 경산공원에 올라 자금성을 한눈에 내려다보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와 황금빛 찬란한 황제의 권위, 향락의 극치를 달린 서태후의 자취와 마지막황제의 아픔이 담긴 자금성이 권력의 무상함을 말해주는 듯했다.

  드디어 이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만리장성으로 향했다. 중국인들은 만리장성을 그냥 장성(창청)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장성은 2만리에 달한다고 한다. 만리장성은 세계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도 하고, 암스트롱이 달에서 보았다고도 하며 데이비드 커퍼필드가 통과하는 마술쇼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만리장성은 세계적인 건축물이며 중국의 자존심이다. 더욱이 강력한 북방 유목민족과 남쪽의 한족간의 권력 쟁탈이 중국 역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만리장성은 그 역사를 지켜본 목격자이자 주인공인 셈이다. 우리는 장성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 팔달령을 보게 된 것인데,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팔달령은 역시 인파로 가득했다. 과거 전략적인 목적이 어떠했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이뤄낸 결과물이든, 지금의 만리장성은 중국관광의 필수코스가 되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불도장성비호한 [不到長城非好漢] “만리장성에 오르지 않은 남자는 사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마오쩌뚱의 글귀로 유명해진 이곳은 중국인들의 필수코스로서 거의 사람에 떠밀리다시피 했다. 케이블카를 타러 내려가기 전 뒤를 돌아보니 만리장성 성벽에 석조가 걸려 있었다. 장구한 중국의 역사를 아우르며 중국 대륙을 품고 있는 저 만리장성을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인류 최대의 건축물인 만리장성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엔 낙조의 여운처럼 잔잔한 감회가 서려 있었다.

  북한아가씨들의 노래가 상품이 되어버린 북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포장마차가 즐비한 왕부정거리에서 중국인들의 식성에 놀라며 베이징의 마지막밤을 보내는 것으로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아쉬웠던 점’

1.국경일이라서 혼잡한 가운데서도 일행 인솔에 수고한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다만, 일행이 많을 때는 처음부터 몇 가족 단위로 묶어 조를 편성하고 조장을 두어 파악하게 하면, 인원파악에 걸리는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듯하다.

2. 관광에서 볼거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이번여행에서 식사가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식은 한식다운, 현지식은 현지식다운 식사가 아쉬웠다. 베이징에서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지만, 늘 퓨전으로 섞인 듯한 현지식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추가로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그 고장의 제대로 된 현지식을 맛보고 싶은 것이 여행자의 마음이 아닐까 한다.

3. 최근 중국 관광상품을 보면 베이징과 상하이가 연계된 상품을 찾아보기 드물다. 긴 이동시간과 경비,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자칫 반쪽짜리 관광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일 듯하다. 상하이에서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거나 유명한 정원인 예원, 그리고 상하이서커스를 보지 못한 점, 베이징에서 이화원이나 용경협을 함께하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쪽으로 몰아 보다 알찬 내용을 꾸린다면, 다음 번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후기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로 흔히 ‘용’을 꼽는다. 상상의 동물이기는 하지만, 오랜 기간을 거쳐 용이 승천하는 날엔 가공할 위력으로 천하를 뒤흔든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역사적 명소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후진 공산국의 이데올로기 속에 묻혀 있었으나, 그 저력을 바탕으로 바야흐로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세계가 놀랄 만한 위력으로 중국은 승천을 꿈꾸고 있음을 느꼈다.  

  아울러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나 착각할 만큼 하늘이 배려한 맑은 날씨와 기온, 좋은일행들과의 인연, 위대한 중국의 유산과 호탕한 중국인들과의 조우, 그리고 화려한 상하이의 밤과 고운 풍광들은 오래도록 ‘내 생의 최고의 가을’로 추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