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교직원 양하이데씨(31·여)는 일주일에 한번 마을버스를 타고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아름다운카페’에 간다. 학교 주변에 즐비한 커피 전문점을 뒤로 하고 멀리까지 가는 이유는 ‘대안무역 유기농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양씨는 올 초 TV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브랜드 커피의 질과 가격의 실상을 알게 된 뒤 ‘아름다운가게’가 판매하는 대안무역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 ‘안데스의 선물’을 찾았다. 양씨가 마시는 것은 단순한 기호식품인 커피만은 아니다. 양씨는 “좋은 유기농 커피를 마시면 빈곤국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간다고 알고 있다”며 “나는 대안무역의 ‘가치’를 동시에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서부 굴미 지역의 커피 재배 농부인 렉스만 아챠야. 그는 5년 전 일본 대안무역단체가 나눠준 커피 묘목을 앞마당에 심었다. 지금은 두 그루에서 커피 3㎏을 생산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는 아챠야가 속한 굴미커피협동조합이 생산한 커피 1㎏당 4.5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유명 커피 브랜드가 생산자에게 지급하는 가격의 3배가 넘는다. 한 살짜리 딸, 아내와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아챠야에게 커피 농사는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 굴미협동조합 소속 커피 농가는 950여가구. 고지대에 흩어져 있는 커피 재배농들은 수확한 커피 열매를 당나귀나 수레에 싣고 산 아래 조항마을로 가져온다. 마을에서는 커피농의 아내 6명이 1차 선별작업을 한다. 아름다운가게는 이 여성들에게 일당 2달러를 지급한다. 1차 선별작업을 거친 커피는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로 옮겨져 2차 선별된다. 8명의 주부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고 일당 3달러를 받는다. 이 커피 원두는 한국에 도착, 파주공장에서 로스팅 작업을 거친 뒤 ‘히말라야의 선물’이 된다. 네팔 중서부 고산지대에서는 매년 200여t의 커피가 생산된다. 그러나 ‘코요테’라 불리는 중간판매상들에 의해 턱없이 싼 가격으로 선진국에 수출된다. 아름다운가게는 2006년 굴미조합으로부터 네팔 대안무역커피 1t을 수입했다. 지난해에는 8.2t을 들여와 국내 대안무역사상 최초로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12t을 수입할 예정이다. 아름다운가게는 대안무역 커피 판매금의 11%를 생산자기금으로 적립해 네팔의 커피산업 지원과 커피 농부 자녀 장학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직원을 네팔로 직접 파견해 낙후된 학교시설 개산사업 등을 교육지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네팔은 여전히 최빈국이다. 2006년 세계은행자료에 따르면 네팔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70달러다. 네팔 커피 농부들은 한국·일본과 대안무역을 하면서 농가당 200여달러의 소득이 생겼다.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아름다운가게의 대안무역 원칙이 실현되는 중이다. 대안무역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은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아름다운카페에서 질좋은 유기농 커피를 마시고 있다.
대안무역(fair trade)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윤리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직거래 방식의 무역을 말한다. 대안무역의 원칙은 자유무역과는 달리 경제적 소외층에 대한 기회 제공, 투명성과 신뢰, 공정한 가격 지불, 성평등, 건강한 노동환경, 친환경 등이다. 50여년 전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2002년 아름다운가게가 최초로 대안무역을 시작했고 10여개 단체가 커피·초콜릿·수공예품을 주로 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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