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출하 조짐 … “묻지마식 출하 자제를”


추석을 보름 남짓 앞둔 15일. ‘고급육 거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가락동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에는 소를 실은 트럭 70여대가 ㄷ(디귿)자 모양으로 건물을 에워싸면서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도축순서를 기다리는 계류장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이날 반입된 한·육우는 1,190마리로 평소 출하물량 500여마리의 두배가 훨씬 넘는다. 공판장도 하루 250마리인 도축마릿수를 두배로 늘리고, 서울 세곡동에 임시계류장까지 마련해 출하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지만 벅차기만 하다.

차량 운전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서울출하를 고집하고 있다. 거세한우 두마리를 직접 싣고 온 농가 조복수씨(경북 영주)는 “어제 오후에 도착, 내일 오후에나 소를 계류장에 내려놓을 것 같다”면서도 “운송·계류·도축·경매까지 닷새나 걸리고, 소가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빠지더라도 다른 곳보다 경락값이 높아 서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공판장에는 육우와 아직 비육이 덜 된 한우도 만만찮게 보였다. 최근 소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일부에선 이참에 내다 팔자는 홍수출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란다. 출하자 대기실에서 만난 한 운송업자는 “서울축산물공판장에 가면 한우 경락값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보니 품질이 나쁜 소도 덩달아 들어와 값을 흐릴까 걱정된다”면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통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당분간은 소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묻지마’식의 출하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남빈 서울축공 공판부장은 “산지 소값이 8월에 초강세를 보이자 상당물량이 이미 빠져 출하 대기물량이 적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추석 직전에 출하를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지금 큰 소를 모두 판 후 송아지를 입식하려는 농가들이 늘고 있는데, 값비싼 송아지를 입식해 2년 후 큰 소값이 지금처럼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하는 만큼 농가들은 입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