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악성 가축전염병과의 전쟁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료값 급등과 수입개방의 악재에 둘러싸인 현실에서 악성 가축전염병마저 발생하면 축산업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으므로 한시라도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만 해도 그렇다. 최근 국내 종돈장에 대한 PRRS 항체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PRRS는 돼지 소모성질병의 일종으로 이로 인한 양돈농가 피해가 매년 3,000억여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 질병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아 우려스럽다. PRRS 외에 돼지열병과 콜레라, 이유후소모성증후군(PMWS) 등 양돈농가를 괴롭히는 질병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PMWS는 새끼돼지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며, 돼지콜레라와 열병은 돼지고기 수출을 일시에 중단시키는 전염병이란 점에서 위험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난 2003~2008년 우리나라에 3차례 발생해 무려 5,183억원의 피해를 초래했다. 그 충격으로 방역당국이 상시방역체제를 갖춰 대응해 왔지만, 최근 경기 용인의 한 양계장 닭에서 저병원성 AI 양성반응이 나타나 다시 불안감을 더한다.

소의 경우는 구제역과 브루셀라증이 대표적으로 우려된다. 구제역은 지난 2000년과 2002년에 발생해 4,400억여원의 피해를 끼쳤다. 다행히 꾸준한 방역으로 그후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계속 발생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브루셀라는 발생이 그치지 않아 매년 수백억원의 살처분 보상금이 소요된다. 악성 가축전염병을 막는 지름길은 농가의 방역의식 제고와 철저한 방역활동 실행이다. 방역당국은 공항과 항만·축산농장 등에 대해 방역망을 전방위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정부는 방역예산을 충분히 세워, 전염병 발생으로 축산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