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숙성도 따라 다르다” 육질등급 중 최상급인 1++등급 한우의 홍두깨살은 고기맛도 최고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현재 한우 도체판정 중 육질등급 판정은 등심만을 기준으로 근내지방도(마블링),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1++·1+·1·2·3의 5개 등급으로 구분되지만 같은 등급의 고기라도 부위와 숙성정도에 따른 맛과 부드러움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별로 선호하는 쇠고기의 육질이 다르다는 지적이 소비자와 유통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우 도체등급 판정체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원장 라승용)은 업진·보섭·채끝·등심·꾸리·홍두깨·목심·설깃·우둔·양지 등 10개 한우고기 부위에 대해 요리방법· 숙성도에 따른 맛등급을 제시하는 ‘한우 맛보증 시스템’ 실용화 추진에 나섰다. 이 시스템은 성별·지역·연령 등을 고려한 인구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2006년부터 4년간 소비자 4,600명을 대상으로 탕·구이·스테이크 등 3가지 방식으로 요리한 거세한우 10개 부위를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구축된 것이다. 평가결과 소비자들은 쇠고기의 연한 정도(51%), 향미(30%), 육즙(19%)에 가중치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서울지역에 비해 영남지역이 질긴 쇠고기에 후한 점수를 주는 등 맛을 판단하는 지역별 차이가 있었지만 수적으로 많은 중부지역 소비자들의 평균적인 맛을 감안했다. 현행 등급제도에 덧붙여 10개 부위별로 산도·요리방법·숙성정도 등을 고려하는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같은 육질등급 내에서도 부위·요리별로 맛이 달라지는 현행 도체등급제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2등급 양지라 해도 일정기간 숙성을 거치면 1등급으로 판매가 가능해진다. 축산과학원은 11월부터 우선 거세한우를 집중 생산하는 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후 내년까지 5개 브랜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 적용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축산과학원과 축산물등급판정소·농식품부와의 협의가 시작단계인데다 시스템 관리를 주관할 등급판정소측이 업무부담 등으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급판정소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포장육 표기 문제나 현장에서 기존 도체등급과의 차이 등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여 제도 시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호주의 경우 13년간에 걸쳐 8가지 요리방법, 45개 부위, 7만5,000명의 평가단이 참여했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소비자 평가자료가 부족한 실정이다. 조수현 축산과학원 연구사는 “호주는 1996년부터 맛보증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30개 브랜드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고, 미국도 일부 브랜드에 도입돼 산업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면서 “보완과정을 거치고 우리나라도 한우고기에 대한 맛등급을 체계화하면 미국·호주산 등 수입 쇠고기와의 경쟁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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