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고기 가격이 너무 높다는 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 부담 때문에 한우고기 사 먹기가 겁난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지 오래다. 정부 당국은 그때마다 복잡하게 얽힌 한우의 유통단계를 줄여 불필요한 가격 거품을 제거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최근 aT(에이티·농수산물유통공사)의 조사자료를 보면 한우 유통마진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걱정이 앞선다. aT는 해마다 강원 횡성 등 한우 사육을 많이 하는 대표지역 3곳에서 유통 실태를 경로별로 조사하고 있는데, 대표경로로 여기는 횡성→수집반출상→서울의 단계를 밟아 한우를 출하한 경우 최종 판매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한 비율이 지난 2004년 37.2%였으나 지난해는 41.1%로 상승했다고 한다. 나머지 2곳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더구나 농가의 수취값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고, 도축비용·운송비 등 직간접비가 감소했는데도 유통업자들의 이윤은 오히려 증가해 유통비용을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하니 유통업자 배를 불려 주기 위해 사육농가와 소비자는 막말로 ‘봉’이 된 셈이다. 한우 판매 총액에서 차지한 농가 수취값 비중은 2004년 62.8%에서 지난해는 58.9%로 준 반면 이 기간 유통업자들의 이윤은 13.7%에서 27.3%로 4년 만에 두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 그 증거다.

정부는 수입쇠고기가 저가로 국내시장을 파고들더라도 한우의 품질을 높이고 복잡하게 얽힌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한우 직거래 활성화 등 유통단계 축소를 위한 다양한 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정부의 이런 노력이 공염불로 끝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차제에 더욱 지혜를 모아 보다 현실적이고 세밀한 유통마진 축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