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고공행진 … 산지 가축시장 가보니
|
---|
|
26일 열린 충남 논산가축시장에 나온 한우 송아지를 농가들이 살펴보고 있다. “요즘 촌에서 돈 되는 게 소 말고 어디 또 있나요….” “축사는 비어 있는데, 소 금이 좋지 않을 것이란 말이 많아 솔직히 걱정도 됩니다.” 26일 새벽 충남 논산시 부적면 덕평리의 논산가축시장.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가 깔렸는데도 소를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된 지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한우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이곳에서도 소 거래는 활발히 이뤄졌다. 이날 논산가축시장에는 한우 큰소 86마리와 송아지 108마리 등 모두 194마리가 출장을 나왔는데, 큰소의 경우 거래율이 93%를 기록했다. 당연히 거래값도 전장보다 올라 큰수소(비거세)의 경우 생체 1㎏당 가격이 1만원을 훌쩍 넘는 소들도 보였다. 송아지(6~7개월령 기준)값도 전장보다 10만원가량 상승한 254만~260만원의 분포를 보였다. 이날 장에서 송아지 32마리를 구입한 조효연씨(52·계룡시 두마면)는 “앞으로 사료값은 오르고 한우 값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래도 축사를 비워 둘 순 없고 고급육을 생산하면 승산이 있다고 믿어 입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생활을 접고 1년 전에 귀농,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는 이은덕씨(56·논산시 상월면)는 “농촌에선 마땅한 돈벌이를 찾기 어려워 소를 키우게 된다”고 밝혔다. 중개인 이재두씨는 “미국산 수입이 재개됐어도 이력추적제와 음식점 원산지표시제가 도입되면서 둔갑판매가 크게 줄고 한우가 인기를 얻으며 큰소값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농가들도 송아지 입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한우를 직접 사육하면서 유통업도 겸한다는 박승규씨(58·전북 익산시 함열읍)도 “농가들이 내년 설 대목을 겨냥해 소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출하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어 큰소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날 열린 경남 거창가축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송아지 경매가 이뤄진 이 시장에서는 농가의 입식바람을 반영한 듯 출장 나온 송아지 287마리 가운데 90%인 257마리가 팔려나갔다. 윤일봉씨(거창읍 대평리)는 “이번달 송아지 60마리를 두번에 걸쳐 사들였다”면서 “번식과 비육을 겸하는 일관사육을 하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보다 소값에 대해선 큰 걱정을 않는다”고 했다. 최준규씨(거창군 북상면)도 “축사를 비워 둘 수만도 없어 내년 1월 무렵 송아지 15마리를 사들일 생각”이라고 했다. 가축시장을 관리하는 박상의 거창축협 상무는 “연말까지는 소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 겨울 무렵에 번식농가들의 인공수정이 늘어났고, 사료값 인하 등으로 농가들의 사육의지가 크게 높아져 앞으로 송아지 생산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 때문에 설 이후를 기점으로 소값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유통상인은 “한우소비가 활발하지만 육가공업체들의 재고물량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자주 들린다”며 “농가입장에서 현재와 같은 값으로 송아지를 구입해 사육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12월 한육우 사육마릿수가 1년전보다 6.1% 증가한 262만3,000마리, 내년 3월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 267만5,000마리로 예상된다고 축산관측을 통해 밝혔다. 농경연은 그러면서 “한육우 사육마릿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쇠고기 수입이 늘어날 경우 공급 과잉에 따라 설 이후에는 가격 조정 가능성이 높다”며 “농가들의 지나친 송아지 입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