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초 SBS가 육류 섭취의 문제점을 파헤친 ‘잘먹고 잘사는 법’을 방영한 뒤 채식 열풍이 드세다. 슈퍼마켓마다 과일과 야채의 소비가 늘고, 채식전문식당이 문전 성시다. 야채와 과일은 물론 몸에 좋다. 수백만 년 동안 ‘숲 속의 채취꾼’이었던 인류는 연간 100종의 과일과 야채를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미국에서 5종의 권장 야채와 과일을 제대로 챙겨 먹는 사람은 9%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사람은 누구나 고기 없이 살 수 있을까? 대답은 ‘노’이다. 예를 들어 뇌와 적혈구 생성에 중요한 비타민 B12는 고기나 계란에만 있다. 또 채식만 하면 빈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철분은 육류 속의 철 성분인 헴철(철을 함유한 헤모글로빈)에 비해 우리 몸에 흡수되는 비율이 4분의 1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인간은 ‘고기 좋아하는 원숭이’로 진화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고기 섭취 비율은 장소와 계절에 따라 20∼40%였다. 낮게 잡아 20%라 해도, 222종의 영장류 가운데 가장 높은 고기 섭취 비율이다. 진화의 레이스에서 가장 최근 인간과 갈라선 침팬지도 고기 섭취 비율이 4%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사냥과 육식을 통해 언어와 사회적 협동 관계가 발달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져 뇌가 커졌다는 이른바 ‘사냥 학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인간은 작은창자가 다른 어떤 유인원보다 길다. 단백질을 빨리 분해해 영양물질을 흡수하는 작은창자가 진화한 것이다. ‘인류학의 보고’로 불리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쿵족 사회는 40%의 시간을 사냥과 사냥 얘기로 보낸다. 이들 사회에는 ‘고기 고프다’는 단어도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먹는 고기는 원시 조상이 먹던 고기와 다르다. 원시인이 주로 먹은 고기는 야생의 사슴, 들소 등이었다. 그런데 가축을 사육하면서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의 섭취 비율이 요즘 매우 높아졌다. 불포화지방도 마찬가지다. 오메가-3 계열의 불포화지방산은 뇌 발달에 필수적이다.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거의 1:1이었으나 요즘 미국에서는 1:11이나 된다. 오메가-3는 ‘등 푸른 생선’에 많다.[1월30일자 동아일보 “”신동호의 과학으로 본 세상””인용]